안녕하세요 오늘 아쉽게도 허준 선수가 32강에서 홍콩의 청카룽 선수에게 8-15로 졌습니다. 4년동안 이 날을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허무하게 패하는 바람에 맥이 빠지더군요.
경기 후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 때로는 질타하시며 각성하라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관심이며 우리나라 펜싱을 사랑해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펜싱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유럽이 펜싱 강국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입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유럽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불과 수십년 밖에 안됐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펜싱 실력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첫 메달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었고, 이를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금2, 은1,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온 국민을 깜짝 놀래키기도 했습니다. 타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펜싱선수는 턱없이 적은 실정이지만 특유의 승부욕과 정신력, 훈련 량으로 무장하여 외국 선수들과 겨루는 것입니다.
저는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프랑스 클럽팀 소속으로 경기를 뛰었는데 수 많은 관중에 놀라고 두터운 선수층에 놀랐습니다. 프랑스 선수에게 물었더니 팀 수가 무려 800개 정도라고 하더군요... 심지어 2부 리그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남자플러레 실업팀은 불과 4개 입니다. 비교할 수 없는 숫자 입니다.
어느덧 펜싱에서 메달 따는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탈락하면 지탄을 보내는데 사실 한국 펜싱이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건 16년밖에 되지 않은 일입니다. 그 전까지는 올림픽에 나가는것 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했고, 지금도 역사 깊은 유럽 선수들과 힘겹게 싸워야합니다.
우리나라 펜싱 선수들은 지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을 3번 준비해본 저로서는그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는 마음으로 중계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설에 최선을 다하고 선수들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 여러분들은 응원과 따뜻한 격려로 보듬어 주신다면 우리 선수들이 더 힘을 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은 펜싱! 사랑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틀 연속 노메달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우리 후배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괜찮아. 당연한 메달은 어디에도 없어."